미국 갈 준비

의료보험을 알아보다.

첼로연주자 2017. 8. 29. 17:09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있어야 할 의료보험을 알아보았다.

내가 갈 학교(NCSU)로 부터 온 DS-2019 양식에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이 있어 ("내가 방문교수로 갈 학교 2편" 참조) 그 학교 International Office 홈페이지에서 최소 요구사항을 알아본 후 본격적으로 견적을 받아 봤다.


보통 미국학교들은 의료보험의 최소 보장액을 정해 놓고 그 보다 보상이 낮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으면 인정해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너무 안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NCSU에서 J 비자 소지자의 보험 최소 보장액은 다음과 같다 (학교마다 조금 씩 다를 수 있다).


  •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100,000 (한국 돈 약 1억이지만 결코 크지 않은 금액이다. 미국에서는 살짝만 다쳐도 수천불이 나올 수 있다.)
  • 유해 본국 환송비: $25,000 (무섭다.ㅠㅠ)
  • 환자 본국 이송비: $50,000 (이것도 좀 거시기 하다.ㅠㅠ)
  • 면책금 (Deductable): 사고와 질병 한 건당 $500 이하


확인해 본 결과 위 금액은 미국 정부에서 2015년에 J 비자 소지자의 의무 의료보험 금액으로 설정해 놓은 거였다. 따라서 아마도 모든 학교가 이와 같거나 더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내가 거래하는 보험회사에 문의 한 결과 우리 가족 전체 (3명) 1년 보험료가 약 3,550,000원이 나왔다. 비록 이 보험은 면책금이 1만원 밖에 안되지만 생각보다는 비싸서 다른 보험회사를 알아보았다. 다른 유명 보험회사를 알아봤더니 여기는 나 혼자만 약 2,400,000원이다 (헉~). 한 군데만 더 알아봤는데 역시나 더 비싸서 그냥 처음 것으로 하기로 했다.ㅠㅠ


내 딸은 미국시민권자이므로 보험을 꼭 들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었다. 여기에는 미국 시민권자이니 어떻게든 사회보장제도 상에서 뭔가 보장을 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메디케이드(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의료보험)를 가입하려면 또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할까 하는 생각에 그냥 돈이 좀 들더라도 편한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실제로 미국에 와서 보니 시민권자인 딸의 메디케이드를 가입할 수 있었고 주변에 가입한 사람도 봤다. 일단 메디케이드를 신청하면 나를 엄청 빈곤층으로 판단하여 별의 별것을 다 지원해준다는 연락이 계속 온다고 한다. 메디케이드냐 아니면 한국 보험이냐는 그냥 본인의 선택일 듯 싶다.


참고> 미국 체류 중 의료보험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한국에서 장기체류보험을 든 후 미국에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일단 무보험 상태에서 자비로 결제를 하고 추후에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보통 약값과 치과 치료비도 포함되어 있어 편리하다(보험마다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 보기 바란다).


참고> 우연히 오바마케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혹시 내가 해당되지 않을까 하여 검색을 좀 해 봤다. 일단 J 비자 소지자도 오바마케어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혜택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수입 상한선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작년에 미국에서 세금 신고(Tax Refund)를 하지 않은 사람(즉 미국에서 수입이 없었던 사람)은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더 이상의 검색을 포기 하였다.


참고> 의료보험은 미국에 도착해서 국제교류 사무실(NCSU의 경우 OIS라고 부르고 많은 학교들이 ISSS 등으로 부른다)에 의료보험 증서를 제출하면 된다. 절대로 미국에서 보험 들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데다 병원도 마음대로 고를 수 없고 지정된 곳으로만 가야되는 등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미국 내 보험회사이지만 한인 컨설턴트가 J 비자 소지자를 위한 싼 보험을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좀 미심쩍어 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알아보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장기체류 보험을 들지 않고 미국 의료보험을 가입하면 더 힘들어질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이것 저것 검사를 하게 되면 여기저기서 진료비 청구서가 날라오고 보험회사가 그때 그때 적절히 대응을 못하면 정말 복잡해 진다. 미국은 각종 검사(피, 소변 등등)는 병원에서 직접 하지 않고 사설 Lab 같은 곳에서 하므로 병원에서 청구한 요금 청구서(Bill) 외에도 그곳으로부터 청구서가 별도로 날라오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많은 청구서를 처리하다가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응급실에 가게 되면 진료비뿐만 아니라 내 면책금이 몇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왠만하면 응급실은 안가는 것이 좋다. 미국은 그야말로 의사들의 천국이며 환자들의 지옥이다. 이것만 봐도 절대로 의료민영화 만큼은 해서는 안될것 같다.

내 경우 미국 보험회사가 지들이 내야될 진료비를 계속 내지 않아 병원으로부터 1년간 독촉장에 시달리다가 결국 고소를 당하고 법원에 출두해야되는 경험도 했었다. 이 경우 힘없고 영어 안되는 사람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보험회사가 내야될 돈을 그냥 내게 된다. 의료비 청구서에 빨간 줄 두개가 대각선으로 그어져 있고 "Final Notice"라는 말과 함께 빨리 돈을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 받는다는 경고장을 계속 받으면 정말 겁도 나고 억울함에 잠을 못자게 된다. 법원에 다녀온 후 나도 결심을 하고 보험회사 직원에게 당신을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하니 그제서야 보험회사가 결국 돈을 지불하였다. 그 녀석들은 어차피 내야될 돈이니 내면 끝이지만 이걸로 1년간 시달린 내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국에 살면서 이런거 한 번 겪고 나면 미국과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정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병원 진료 후 2~3천원만 내면 보험공단이 알아서 다 정산해 주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