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Carolina(NC)는 이 주의 면허증이 없다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다. 구입을 하려면 North Carolina의 DMV에 가서 Temperary ID를 받아 와야 한다. 전에 살었던 뉴욕주와 텍사스주는 어느 면허증이든, 심지어 국제면허증으로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NC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해도 면허증을 딸때까지는 임시 등록만 가능하여 차 번호판은 임시 넘버가 씌여진 종이판을 붙이고 다녀야 한다(참고로 뉴욕이나 텍사스는 바로 실제 번호판을 주었다). 임시 등록은 30일만 유효하여 진짜 등록을 하려면 NC 면허증이 있어야 하므로 그 안에 면허증을 따야 한다.
도착한지 나흘 만인 12월 29일, 이러한 사정을 알길이 없는 나는 빨리 차 먼저 구입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딜러샾에 가서 차를 고른 후 덜컥 딜러와 싸인을 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이 주의 면허증이 없으면 차가 임시등록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차를 구입하는게 좋겠다 싶어 ID를 받기 위해 근처 Cary에 있는 DMV를 방문 했다. 사람이 무지하게 많아 그날은 포기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가서 7시 30분에 DMV 앞에 도착했는데 추운날씨에도 이미 50~60명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무려 4시간이나 기달린 끝에 내 순서가 되었는데 이것들이 너무 불친절하고 강압적이었다. 나는 차를 구입하기 위해 왔고 ID만 있으면 된다는 내 말을 dog무시하고 시력검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온갖 것들을 물어보더니 급기야 면허를 따기 위한 필기시험을 갑자기 치르게 하는 바람에 당황하여 시험을 보다가 떨어져버렸다. 25문제에서 6개를 틀리면 떨어지는데 그날은 귀신이 씌었는지 정말 어려운 문제만 나왔다. 특히 혈중 알콜농도가 0.08이면 면허 정지 기간이 얼마동안인지 하는 문제나 무면허로 운전하면 몇 년동안 감옥에 가는지 등등의 법에 대해서는 내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는 컴퓨터로 시험을 볼 때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Skip"을 할 수 있었다.ㅠㅠ
뭔가 잘못됐다 싶어 다시 돌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즉, 나는 운전면허를 따러 온게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내일 다시 오란다. 여러차례 설명을 해도 "Come back tomorrow"만 반복하며 막무가내였다. 아~ 이렇게 차도 결국 구입을 못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딜러에게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 해서 ID를 못 받았다고 하니 딜러가 고맙게도 DMV까지 와 주었다. 이번에는 딜러가 직접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였는데 세상에 그..그..그 놈이 딜러 말에는 껌뻑 죽어서 잠깐 기다리면 해 주겠단다. 우와~ 이런거야? 싶었다. 인종차별을 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딜러는 백인이고 나는 아시안이기때문에 상황은 인종차별이었다.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차를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 왔다. 그래도 내 차의 임시 등록은 2018년 1월 29일까지이니 아직은 시간이 좀 있다고 생각했다.
1월 5일, 차를 구입할 때 DMV를 방문한 후 다시 면허증을 따기 위해 DMV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전에 갔던 Cary의 DMV가 너무 불친절하였기에 구글에서 리뷰를 보고 조금 더 멀지만 리뷰가 좋은 Raleigh의 DMV를 방문했다. 여기는 사람들도 훨씬 친절하고 사무실 환경도 좋았다. 그런데 역시나 사람이 많아 약 3시간을 기다린 후 필기시험을 치뤘는데 이번에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만점으로 합격했다. ㅎㅎ 사실 그 전에 떨어진 경험도 있고 해서 전날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모의 테스트를 구입하여 밤새 열심히 공부해서 갔다. 로드테스트는 그 날 날씨가 않좋아 할 수 없다고 하여 로드테스트는 다른 날 다시 와서 보기로 했다.
1월 9일, 오늘 드디어 로드테스트를 위해 DMV로 향했다. 또 3~4시간을 기다리기 싫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7시 30분에 도착하니 그래도 여기는 5명 정도만 줄을 서 있었다. 일찍 갔기 때문에 한 10분 정도만 기다리니 나를 불렀다. 미국의 DMV가 다 그렇듯 여기도 시험관은 뭔가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표정은 잔뜩 화가 나있고 말 한마디 한마디는 툭툭 내 뱃거나 소리를 지른다. 암튼 로드 테스트 내내 특별히 큰 잘못도 안했는데 혼자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고 합격했다고 한다. 좋아해야 하는건지 원...
그런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또 있었다. 바로 내 비자가 activate이 안되서 면허증을 줄 수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먼저 visa를 activate을 하고 나서 면허증을 받아가라는 것이다. 정말 운전면허 따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ㅠㅠ
그래서 곧바로 비자를 activate 하기 위해 학교의 international office에 갔더니 이것들도 역시 황당했다. 비자를 activate 하려면 매주 수요일에 자기들이 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들어야 하는데 내일인 10일(수)은 이미 꽉 차서 다음주 17일에 와야 된단다 (뉴욕주나 텍사스주에서는 프리젠테이션 뭐 이딴거 없고 그냥 바로 activate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자동차 임시 등록에 관련된 사정을 얘기하면서 잘못하면 불법 운전자가 될 수 있으니 내일 나만 프리젠테이션에 좀 끼워주면 안되겠냐, 그것도 안된다면 서류만이라도 처리하여 내 비자를 activate 해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자동차 문제는 자기네들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며 단칼에 거절하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7일에 예약을 하고 돌아 왔다.
보통 미국 학교의 internatioal office는 매우 친절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 온 외국 학생 및 연구원들이 미국 법을 잘 몰라 곤경에 처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곳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완전 나몰라라 하는 것 같아 좀 기분이 나빳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류를 activate 하는 것은 정말 일도 아니었다. 그냥 자기들이 시스템에 내 정보를 입력만 해주면 되는 거였는데 그걸 그렇게 안된다고 거절했던 것이다.
자동차 임시 등록이 만료가 되기 전에 면허증을 받아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과 조바심으로 17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우라질~
거의 1주일동안 섭씨 20도를 넘으며 겨울날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따듯했었는데 비자를 activate 하기로 한 17일 이 지역에 150년만에 내린 폭설이 몰아치는 바람에 학교가 모두 문을 닫고 당연히 프리젠테이션도 1주일이나 연기가 된 것이다. 하필 일주일에 딱 한 번 있는 프리젠테이션 날... 사실 그 눈은 버팔로에 살 때 보았던 눈과 비교해 보면 그냥 일상적으로 내리는 눈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는 무슨 재앙이나 난 것처럼 난리였다. 또한 눈 때문에 학교가 닫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의 international office는 그렇게 사람이 많아 예약도 밀린다면서 눈이 와서 이번 주 수요일에 못하게 되면 그 다음날이라도 따로 세션을 열어서 해 줘야 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미동도 하지 않고 꾿꾿이 다음주로 1주일 연기한단다.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 할수 없이 내 지도교수인 지인에게 부탁을 하여 international office의 담당자에게 프리젠테이션은 꼭 참석할테니 서류만이라도 처리해 달라고 청탁 이메일을 보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랬더니 여기도 역시 교수 말이라면 모든게 통하는지 내가 그렇게 사정을 할 때는 '그건 니 사정이야' 하던 것들이 이틀 후에 처리가 다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다 됐다 싶었는데 또 김밥 옆구리 터진 상황이 발생했다.
내 비자가 activate 된 것을 DMV가 알려면 1주일이나 걸린단다. 무슨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 시스템에서 하는 일인데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내 정보가 DMV까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데 1주일이 걸린다는 것인가???
1월 24일, international office에서 제공하는 그 대단하신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했다. 뭐 뻔한 소리 할꺼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인원수도 조절하고 오직 수요일만 가능한 걸로 보면 혹시라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기는 개뿔~
그냥 법 잘지키고 열심히 일하고 신상에 변동이 생기면 자기들한테 연락하라는 내용으로 1시간 반을 채웠다. 그것도 반드시 수요일에만 하는 이유가 멀리서 연방공무원이라도 오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학교 직원이 하는 거였다. 그럴거면서 뭐 대단한 거나 하는 것처럼 한자리 끼워 주라고 해도 절대 안된다고 그랬다니 정말 너무 기가 막혔다.
프리젠테이션 내내 그냥 "아~ 눼~눼~" 하다가 나왔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갑자기 경찰이 경광등을 켜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엥? 내가 뭔 잘못을 했지? 하며 차를 세웠는데 경찰이 와서 하는 말, 내 번호판이 만료된지 1년이나 되었단다. 그래서 보니 임시 번호판에 기한 만료 날짜를 딜러샆에서 일하는 녀석이 2018년 1월 29일로 쓰지 않고 2017년으로 써버린 것이다. 그래서 경찰한테 한참을 설명했는데 경찰은 그래도 확인해야 된다며 한 30분을 붙잡고 있다가 보내주었다.
1월 25일, 아직 비자가 activate 된지 5일밖에 안됐지만 혹시나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DMV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건 웬걸,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인지 내 이름이 자기네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단다. 우후~ 최근에 미국 인터넷 전송속도가 조금 빨라졌나 싶었다. ㅋㅋ 신나는 마음으로 종이로 된 임시 면허증을 받아 고이 접어 들고 곧바로 차를 구입했던 딜러샾으로 향했다(미국은 면허증을 따면 먼저 종이로 된 임시 면허증을 주고 진짜 면허증은 1~2주 후에 우편으로 배달되어 온다). 사실 그동안 딜러샾에서도 왜 면허증 안가져 오냐고 여러차례 나를 계속 쪼고 있었던 차였다.
딜러샾에 도착하여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따온 양 자랑스럽게 종이로 된 면허증을 "Here" 하며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나에게 차를 판 딜러도, 딜러샾 안내데스크 여직원도, 딜러샾에서 번호판을 담당하는 직원도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내 종이 면허증을 고이 펴서 복사를 했다. 모두 축하하는 마음으로 방글방글 웃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방금 전까지 함께 기뻐했던 번호판 담당자였는데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종이로된 임시 면허증으로는 등록이 안된단다. 진짜 징그럽다 싶었다. 어차피 면허는 딴거고 당장 플라스틱으로 된 진짜 면허증을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임시로 종이 면허증을 준거니깐 결국 면허증이나 똑같은거 아닌가???
이제 자동차 임시 등록 만료도 4일밖에 안남았는데 진짜 면허증이 우편으로 오려면 2주일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럼 내 차는 어떡하나 싶어 앞이 캄캄해졌다. 그랬더니 안내 데스크의 여자가 걍 타고 다녀도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 혹시 경찰에게 걸리면 상황을 잘 설명하면 된단다.
경찰에게 걸리든 말든 이제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냥 타고 다니기로 했다. 어쨋든 면허증은 땃으니 이제 내 신분증도 생겼고 미국에 온지 한 달만에 모든 세팅이 다 끝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 했다.
이렇게 길고 긴 내 면허증 따기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미국에 온지 5주가 지나고 면허시험에 합격한지 거의 4주가 되어서야 진짜 면허증을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에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다 (0) | 2018.01.17 |
---|---|
병원에 가다 (0) | 2018.01.13 |
집 세팅하기 (0) | 2018.01.08 |
은행 계좌 열기 (0) | 2017.10.05 |
미국에 도착하면 먼저 해야할 일 (0) | 2017.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