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학교 정하기

미국에 도착한지 1주일째 되는 날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교육청에 방문했다(도착한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때문에 학교가 1월 1일까지 모두 휴교였다). 여기는 Wake County Public School System이라 불렀다.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서류("딸이 갈 학교 2편" 참조)를 들고 방문하였는데 예약이 안되 있다며 오후에 시간을 정해주며 다시 오라고 했다.

예약된 시간에 가서 조금 기다리니 담당자가 나와 여러가지 서류에 싸인하고 얘기를 하였다. 그러는 동안 딸은 영어 테스트를 위해 다른 방으로 들어가고 (약 1시간 정도 시험을 봤다) 나와 와이프는 담당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보면,

• 우선 우리 딸은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온 상황이어서 우리는 미국의 9학년(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건너 뛰고 2학기에 편입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교육청에서는 학기를 건너 뛰게 할 수가 없으니 우선 8학년 2학기로 정하고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해 보라고 했다.
• 학생의 건강 검진 양식(Health Assessment Form)을 주며 학교에 등록한지 30일 이내에 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상당히 유도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냥 아무 한국에 있는 아는 의사에게 보내 모두 "좋음"으로 표시하고 되돌려 받으면 된다고 귀뜸해 주었다.
• 스쿨버스를 태울꺼나고 묻길래 아직은 태울 생각 없다고 하니 그래도 태운다고 표시해 놓으란다. 탄다고 해놓고 안타는 건 상관없지만 안탄다고 했다가 나중에 탄다고 하면 서류가 더 복잡하단다.

면담을 마치고 나니 그 다음날 임시 배정된 중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지금은 교장선생님이 바쁘니 내일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2017년 연말부터 약 2주간 미국 동부에 불어닥친 100년만의 한파때문에 학교가 계속 문을 닫는 바람에 1주일이 그냥 휙~ 지나가 버렸다. 건강 검진 양식은 스캔을 떠서 PDF로 만든 후 한국의 아는 의사에게 이메일로 보내 작성하게 했다.

드디어 중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9학년을 보내고 싶으면 나한테 직접 고등학교를 찾아가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여기는 9학년부터 고등학교이다). 그래서 원래 가기를 희망했던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하니 별 문제없이 받아주겠단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우리 딸의 상황은 이렇다. 일단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왔고 미국에서 1년 학교에 다닌 후 한국에 돌아가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여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8학년 2학기와 9학년 1학기를 하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아직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한국에 돌아갔을 때 고등학교를 가지 못하고 중학교 3학년을 다니라고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한 걱정때문에 미국 학교에 9학년으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여기서 9학년 2학기와 10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에서 이미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한 학기를 마친 셈이니 한국 고등학교에서 당연히 받아줄꺼라는 계산이었다.

아무튼 미국 고등학교에서 9학년으로 받아주었으니 이제 걱정 없이 한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참고> 이 지역은 1학기(가을학기)가 끝나고 2학기 시작하기 전에 보통 있는 2~3주의 방학이 아예 없다. 1학기가 끝나면 하루, 이틀 정도 쉬고 바로 2학기가 시작된다. 처음에 한국에서 올 때 1월 2일에 2학기가 개학하는 줄 알고 엄청 서둘러 왔는데 실제로 1월 2일은 2학기 개학이 아니라 1학기 끝자락이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1학기는 1월 중순에 끝나고 곧바로 2학기가 시작된다. 이런 것들 까지도 주마다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어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그냥 학기 중에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을 추가로 신청해서 들으면 된다. 다만,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학점이 보통 한정되어 있으므로 ESL을 듣는 대신 한 과목을 못듣게 된다.